"건축은 시간을 가시화하는 예술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미래의 가능성이 싹튼다." -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
시간을 잇는 건축, 공간을 품는 재료: 이안 무어 아키텍츠의 휴고스 하우스 Ian Moore Architects-Hugo’s House
호주 시드니에 자리한 휴고스 하우스는 이안 무어 아키텍츠(Ian Moore Architects)가 설계한 미니멀 주택으로,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의 적응적 재사용을 통해 현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증축을 넘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재료의 정직함이 만들어내는 건축적 대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재료의 정직함에 있다. 문화재 보존 가이드라인이 흔히 기존 양식의 모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설계자들은 오히려 차별화를 통한 존중이라는 혁신적 해법을 선택했다. 새로운 증축 부분의 경량 철골 프레임과 현대적 클래딩은 자신의 현대성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의 흐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명확한 건축적 선언으로 당당히 자리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카를로 스카르파의 카스텔베키오 개입 작업부터 피터 줌토르의 최근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재료가 기존 구조물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대화를 나누는 적응적 재사용의 최고 전통을 계승한다. 마치 한국의 전통 한옥이 현대적 개보수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이 주택 역시 과거와 현재의 건축 언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창조해냈다.
제약에서 발견한 공간의 새로운 문법
처음에는 설계상의 제약으로 여겨졌던 십자형 계단 유형(cross stair typology)이 오히려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조직 원리로 거듭났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존 배치를 현대적 오픈 플랜 주거 공간으로 무리하게 전환하는 대신, 건축가들은 건물이 품고 있는 고유한 공간 논리를 존중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지점에 새로운 공간을 신중하게 배치했다. 기존 조건에 대한 이러한 섬세한 감수성은 건물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지에 대한 성숙한 건축적 이해를 보여준다. 이는 장인이 대를 이어 전수하는 기술처럼, 건축물 역시 시간과 함께 축적되는 무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일깨운다.
재료가 들려주는 시간과 공간의 서사
재료 선택에는 여러 겹의 섬세한 의도가 담겨 있다. 코르크 바닥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하고도 실용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원래 주택의 목재 바닥이 지닌 온기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도, 주방 증축 공간에서 요구되는 현대적 기능성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이는 단순한 색상의 조화를 넘어서, 재료가 어떻게 시간적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의 연속성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교한 건축적 해석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거울 백스플래시의 활용이다. 이 요소는 단순한 기능적 필요를 공간적 시(詩)로 승화시킨 탁월한 사례다. 측면 중정에 심어진 식물들의 모습을 실내로 끌어들여, 제약된 도시 부지에서도 자연을 효과적으로 차용하는 공간적 마술을 선보인다. 거울에 비친 녹음은 실제 식물과 어우러져 실내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작은 공간에서도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일상을 품는 건축적 완성도
휴고스 하우스는 화려한 형태적 실험보다는 일상의 섬세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새로운 증축 부분의 대형 유리 개구부는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하루 종일 변화하는 빛의 움직임을 실내로 초대한다. 백색의 깔끔한 주방 캐비닛과 목재 가구의 조화는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주거 환경을 조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이 단순히 형태와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임을 보여준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요구에 응답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급속한 도시 개발 속에서 역사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모색하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Hugo’s House is a minimal home located in Sydney, Australia, designed by Ian Moore Architects. The project’s genius lies in its material honesty. Where heritage guidelines might typically encourage mimicry, these designers embraced differentiation as a form of respect. The lightweight steel frame and cladding of the new extension doesn’t apologize for its modernity – instead, it stands as a clear architectural statement that acknowledges the passage of time. This approach echoes the best traditions of adaptive reuse, from Carlo Scarpa’s interventions at Castelvecchio to Peter Zumthor’s more recent work, where new materials engage in dialogue rather than dominance with existing structures.
The cross stair typology that initially presented constraints became the project’s organizing principle. Rather than force the Victorian layout into contemporary open plan living, the architects worked with the building’s inherent logic, creating new spaces where they could be most effective. This sensitivity to existing conditions reflects a mature understanding of how buildings accumulate meaning over time – something Glenn Adamson might recognize as the material equivalent of craft knowledge passed down through generations.
Material choices reveal layers of intention. The cork flooring creates a subtle visual bridge between old and new, its warm tones echoing the timber floors of the original house while offering practical benefits for the kitchen extension. This isn’t mere color matching but a sophisticated understanding of how materials can create continuity across temporal boundaries. The mirrored splashback transforms functional necessity into spatial poetry, reflecting the side courtyard’s plantings and effectively borrowing landscape from the constrained urban site.
from le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