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공간 속에서 빛을 연주하는 예술이다." —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산과 대면하는 집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낮게 엎드린 이 집은,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노출 콘크리트로 빚은 지붕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아래 순백의 벽체가 단단히 집을 받쳐 선다. 지붕도, 벽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에 금빛 브론즈 패널이 조용히 빛난다. PLATAFORMArq가 설계한 House #474는 형태와 소재의 대비를 언어 삼아 말을 건네는 집이다. 접힌 하늘: 이중곡률 지붕의 탄생 이 집의 핵심은 지붕이다. 단순한 평슬래브에서 출발한 형태는 네 모서리에 비틀림과 인장력을 가해 이중곡률(double-curvature), 곧 두 방향으로 동시에 휘어지..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집은 인간 정신의 연장이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Amaltash House: A Contemporary Navsari Home by Design ni Dukaan, Shaped by Indian Craft Traditions땅의 빛깔, 집의 얼굴 인도 구자라트주 나브사리의 조용한 주택가, 테라코타 빛 미장벽이 수평선을 가르며 서 있다. 화가들이 붓질을 거듭해 두텁게 쌓아 올린 이 벽은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라 집 전체의 조각적 의지를 선언하는 피부다. 기하학적으로 정돈된 볼륨들은 건축가의 미학적 판단뿐 아니라 기후와 인도 전통 공간 배치 원리인 바스투 샤스트라(Vastu Shastra)의 요구를 함께 받아 안으며 자리를 잡는다. 옥상에서 드리워진 ..
"건축은 삶이 펼쳐지는 무대다. 그 무대는 사람의 움직임과 함께 비로소 완성된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án) 도시의 심장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녜이로스(Pinheiros) 지구는 역사적 분위기와 활기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카르데알 아르코베르데(Cardeal Arcoverde)와 카포테 발렌테(Capote Valente) 두 거리가 만나는 이 중요한 모퉁이에, FGMF Arquitetos가 설계하고 Idea!Zarvos가 개발한 21층 규모의 복합용도 건물 발렌테(Valente)가 서 있다. 주거와 업무가 하나의 덩어리 안에서 입체적으로 얽히는 이 건물은, 상파울루의 고층 스카이라인 속에서도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존재다. 볼륨이 말하는 언어 발렌테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시선은 ..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건축은 침묵과 울림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Mohamed Amine Siana-Villa Butterfly대지 위의 나비마라케시 아멜키스 골프코스 인근, 붉은 흙과 야자수 사이에 한 채의 빌라가 서 있다. 모하메드 아민 시아나가 설계한 빌라 버터플라이는 그 이름처럼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대지를 처음 방문한 날, 건축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 나비의 잔상. 번데기는 보호하고, 나비는 날아오른다. 이 단순한 이치가 빌라 전체의 설계 원리가 된다.외피: 도시를 향해 닫힌 집거리에서 바라본 빌라는 과묵하다. 테라코타 빛 마감재가 마라케시의 전통적인 흙빛 황토 톤을 그대로 이어받은 외벽은 두껍고 평탄하며, 아가베와 올리브 나무가 그..
"나는 건축이 침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빛과 바람이 말하도록 해야 한다."— 안도 다다오 (Tadao Ando) Foster + Partners-Jia Art Gallery도시의 심장부에 꽃이 피었다 상하이 푸퉈구(Putuo District), 창펑(Changfeng) 복합개발지구의 남쪽 부지. 고층 주거와 업무 시설이 경쟁하듯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이 도시 블록의 한켠에,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웅장함이 아닌 우아함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건물이 있다.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한 지아 아트 갤러리(Jia Art Gallery)다. 두 개의 주요 도시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이 갤러리는 개발지구 전체의 사회적 구심점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포스터..
"벽돌이여,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치가 되고 싶다고."— 루이스 칸 (Louis Kahn) Rushnaiwala Architects-Studio ALT평원 위에 세워진 것 인도 구자라트, 카트화다 인근 빌라스야의 125에이커 유기농 농장 한가운데, 건물 하나가 평원 위에 낮고 묵직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피라미드형 금속 지붕이 야자수와 나무들 사이로 낯선 실루엣을 그리며, 그 아래 붉은 벽돌과 회색 콘크리트의 아치들이 수평선 위에 고요하게 펼쳐진다. 평원의 스케일 앞에 건물은 크지도 작지도 않게, 꼭 그만큼의 무게로 서 있다. 이 갤러리에는 두 개의 창작 세계가 공존한다. 하나는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도자기 공방이고, 다른 하나는 맞춤 제작 스피커를 설계..
"나는 발명하지 않는다. 나는 적응한다."—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 (Álvaro Siza Vieira) Spaceworkers transforms Portuguese granaries into museum with red-concrete extension나란한 두 선체 포르투갈 알가르브 남단, 빌라 두 비스푸(Vila do Bispo)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 한켠에 두 동의 낡은 양식 창고가 서 있었다. 오래된 박공지붕, 규칙적으로 뚫린 작은 창들, 세월에 바랜 회색 외벽. Spaceworkers는 이 창고들을 허물거나 가리는 대신, 그 곁에 나란히 새 몸체를 붙였다. 스튜디오가 두 건물을 "나란히 선 두 선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안료 콘크리트 기단 위에서 옛것과 새것은 하나의 앙상블로 ..
"건축이란 대지의 연장이다. 마치 식물이 뿌리로부터 자라나듯, 건물도 그 땅으로부터 솟아올라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safdie architects plans cherokee heritage center as a cluster of earth-toned blocks대지와 함께 낮게 엎드린 캠퍼스 오클라호마 주 탈리쿼(Tahlequah)의 숲지대에 새피디 아키텍츠(Safdie Architects)가 설계한 체로키 헤리티지 센터(Cherokee Heritage Center)가 들어선다. 건물군은 대지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지형의 굴곡을 따라 낮게 엎드린 채, 경사가 제각각인 지붕들은 햇빛을 저마다 다른 각도로 받아내며 숲의 수관(樹冠) 아래로 조용히 스며든..
"건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안도 다다오 TACO taller de arquitectura contextual-House of Ashes 기하학적 매스의 침묵과 내밀한 풍경의 탄생 카사 세니사는 거리의 번잡함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난 거대한 기하학적 건축물입니다. 단단하게 닫힌 외벽 안으로는 수공간과 식물이 어우러진 고요한 중정의 풍경을 오롯이 품고 있습니다. 밖을 향해서는 침묵하지만 내부 정원을 향해서는 활짝 열려 있어, 발걸음을 옮길수록 집의 진정한 표정이 서서히 드러나는 내향적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발끝에서 일깨우는 감각의 전이 현관으로 향하는 길은 맑은 하늘과 푸른 식물, 솟아오르는 분수와 화산 자갈이 어우러진 전이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발밑에서 기분 좋게 바스락거리는..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자유롭게 흐르는 감각적인 곡선이다 - 오스카 니마이어 Bernardes Arquitetura-Pascoal Vita Building 도시 맥락과 기하학적 형태의 조화 상파울루 서부, 두 가로가 교차하는 모퉁이에 들어선 파스코알 비타 빌딩은 특유의 강렬한 기하학적 조형미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칫 차갑게 보일 수 있는 이 엄격한 건축적 형태는 건물 전체를 에워싸며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성한 정원 덕분에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낸다. 이 프로젝트는 대지가 처한 주변 환경의 조건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물이다.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조용한 동네와 인접해 있다는 전략적 입지, 그리고 사다리꼴 형태의 대지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그 결과 넉넉한 발코니를..